송결칼럼 – 한국의 결혼식, 변해야 한다(28)

2014.10.06 08:48:37

결혼이란 청춘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고 새로운 가정을 이루어 나가는 시발점으로서 이러한 결혼식 행사는 예식 당사자를 진정으로 축복해주는 성스러운 장이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결혼식 문화는 혼인 본래의 의미가 강조되기 보다는 허례허식과 자기과시 그리고 예물, 예단, 살림 마련 등 결혼식 절차와 내용에서도 비합리적인 소비문화가 지적되고 있다.


10월은 인륜지 대사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결혼 시즌이다. 과거에는 이때쯤엔 예식장 잡기도 힘들고 만약 잡으려 해도 비용이 곱절로 들어갔다. 그러나 요즘은 따로 시즌이 필요 없고 요일도 필요 없고 시간도 저녁 시간을 선택해 하는 결혼식도 꽤 많이 늘고 있다. 어쩌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잘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식장에서 하객들은 일단 봉투를 건네고 식권을 받은 후 식장 한번 슬쩍 들여다보곤 식당으로 직행한다. 아니면 식장 밖에서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웅성웅성 얘기하며 떠든다. 어린애 데리고 와서 울리기는 다반사이다. 시장바닥 같은 분위기가 없지 않다. 


결국 신랑신부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고 그냥 품앗이 행사로 축의금을 담은 봉투 건네고, 왔다는 표시로 신랑신부의 부모와 악수 한번하고, 피로연장에 마련된 식사를 하면 그뿐이다. 


또한 참석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봉투를 동료에게 부탁해 전하면 되고 예식당사자 측에서는 참석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송금용 계좌번호를 청첩장에 기재 하던지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알리기도 한다. 정말 한마디로 결혼식을 거행하는 이유가 돈을 걷는데 더 큰 목적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결국 결혼식에 많은 사람 찾아와 축하해 주는 게 당연하고 경사스러운 일이지만 부르는 사람이나 불려가는 사람들이나 그저 순간의 행사를 위한 거래 일 뿐 이라는 게 요즘 우리의 결혼식문화이다.


무엇보다도 기성세대의 과시와 체면 문화는 어제 오늘 지적돼 온 일이 아니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의 과시 태도는 더욱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다. 자기 결혼식에 참석해 줄 사람들이 적을까봐 오래 다니지도 않을 직장을 결혼 즈음에는 임시로 다니기도 한다고 한다. 신랑 측에 직업도 없는 무능한 여자라는 인상을 줄까봐 그리고 결혼식장에 참석해 줄 많은 사람들이 필요해서라고 한다.


그보다 더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친구가 적은 경우 '신부 친구' 역할을 해줄 사람들을 돈을 주고 사기도 한다. 그래서 주말에 '신부친구 대행'을 해주는 '아르바이트'도 심심치 않다고 하니 가히 결혼은 사업 같은 거 같다.


그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인터넷 카페 같은데다 자기 결혼식 날짜와 장소를 공개적으로 알려주며 그냥 참석해주고 먹고 가라고 한다. 무조건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남들에게 '성대한' 결혼식 장면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어찌됐던 우리의 예식문화는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청첩장을 받았는데 장소가 호텔이다. 정말 난감한 일이다. 호텔의 뷔페식 음식 값이 보통 10 만원 정도이다. 그렇다면 축의금을 얼마를 내야 한단 말인가? 최하로 10만원은 내야 결혼 당사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니 참석하기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 후에 내 자식도 결혼 할일이 있으니 참석 안 할 수도 없고, 하루가 멀다 날아오는 청첩장은 한두장이 아니고.....


이젠 이러한 한국의 결혼식 문화가 바뀌었으면 한다. 과거엔 식이 끝나면 피로연장에 가서 먹는 음식이 갈비탕이나 잔치국수 한 그릇에 신랑 신부 집 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여러 가지 음식이 상을 채웠었다. 그러다 보니 식을 준비하는 측에서는 그전부터 음식을 장만 하느라 무척 분주히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이런 결혼식 문화가 언제부터인가 갈비탕에서 뷔페식으로 바뀌었다.


밥과 국 등 맛있는 몇 가지 음식으로 길들여진 우리의 먹거리 문화는 다 먹지도 못하고 남기는 뷔페식은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웰빙 시대에 발맞춰 순두부백반 한 그릇에 푹 삶은 돼지고기 그리고 평상시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김치를 위시한 몇 가지 반찬과 축하연에 빠질 수 없는 주류 몇 가지 정도면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맛있는 식사와 음주로 부담 없는 예식을 즐기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음식비용이 주류비용 까지 합해도 1인당 2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러면 하객들도 큰 부담 없이 참석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꼭 예식장이나 호텔만을 고집하지 말고 자신이 나온 모교의 강당이나 운동장, 출렁이는 한강물을 배경삼아 고수부지 같은 곳 등 비용절감이 가능한 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인생에 한번 뿐인 결혼식의 의의를 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신부가 입는 웨딩드레스도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웨딩드레스는 결혼식 때 한 번 밖에 못 입는 옷이다. 딱 한번을 위해 그 많은 비용을 쓸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두 사람이 상의해 세트로 예쁘고 신선한 옷을 입고 예식을 거행 한다면, 더욱 뜻있고 기억에 남는 결혼식이 될 것이다.


우리의 결혼식엔 너무나 많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그것은 예식업자들만 배불려 줄 뿐이다. 시간에 쫓겨 형식에만 억눌리다 보니 어떻게 예식을 치렀는지 정신이 산만하여 나중에 후회 막심한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축하받을 사람이나 축하해줄 사람이나 부담이 없어야 한다. 축하받을 사람이 비용을 줄여야 축하해줄 사람이 축의금에 신경 안 쓰고 참석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어느 세대 던지 살기 힘들어 한다. 말은 못하지만 축의금이 없어 참석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축의금을 받아 어떤 것을 해결하려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 세상에서 최고로 기쁜 날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도 거나하게 취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두 사람의 앞날을 박수로 축하해 줄 수 있도록 부담을 안주는 그러한 결혼식 문화가 정착 돼야 한다. 결혼식이 사업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화투데이 기자 etvoc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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