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결칼럼> 세계 최고의술, 막걸리 예찬 (25)

2014.09.10 13:19:12

술의 기원은 인류가 사냥과 채집으로 생활하고 있던 구석기시대에도 과실주는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과실은 조금이라도 상처가 나면 과즙이 나와 과실 껍질에 붙어 있는 천연효모가 쉽게 번식하여 술이 되기 때문이다. 과실이나 벌꿀과 같은 당분을 함유하는 액체는 공기 중에서 효모가 들어가 자연적으로 발효하여 알코올을 함유하는 액체가 된다. 


보름달 아래 원숭이들이 바위나 나무둥지의 오목한 곳에 잘 익은 산포도를 넣어두고 그 위에서 뛰놀다가 다음 달 보름날에 다시 찾아와서 술을 마시며 논다는 전설이 여러 나라에 전해져 온다. 이것으로 미루어 선사시대에도 술이 존재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세법에 의하면 알콜 1도 이상의 음료를 술이라 한다. 예로부터 알려진 과실주나 곡물주, 근대의 화학주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주정음료는 모두 술이다.


최초로 한국 역사에 술에 관한 이야기가 기록된 것은 고삼국사기(古三國史記)로서 천제(天帝)의 아들 해모수가 능신연못가에서 하백의 세 자매를 취하려 할 때 미리 술을 마련해 놓고 먹여서 취하게 한 다음, 수궁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세 처녀 중에서 큰딸 유화와 인연을 맺어 주몽을 낳았다는 설이 있다. 물론 설화이지만 한국의 술의 내력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 술, 막걸리는 마구 체에 걸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지만 다른 이름도 많다. 색깔이 흐려져 탁주, 흰색이라고 하여 백주, 농가에서 많이 마신다고 하여 농주라고도 한다. 역사가 오래된 술로 빛깔이 희고 탁하며, 알콜 성분이 6~7도 정도의 술이다.


모주라고도 하는데 ‘대동야승’에 그 유래가 나온다. 인목대비의 어머니 노씨 부인이 광해군 때 제주도에 귀양 가서 술찌끼를 재탕한 막걸리를 만들어 섬사람들에게 싸게 팔았는데 왕비의 어머니가 만든 술이라고 하여 ‘대비모주’라고 하다가 나중에 그냥 모주라 불렀다고 한다.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찹쌀·보리·밀가루 등을 시루에 찐 지에밥을 적당히 말려서 누룩과 물을 섞는다. 일정한 온도에서 발효시킨 다음 청주를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걸러 짜낸다. 예전에는 지에밥에 누룩을 섞어 빚은 술을 오지그릇 위에 '井'자 모양의 징그레를 걸고 올려놓아 체에 거르면 뿌옇고 텁텁한 탁주가 되는데 이것에 용수를 받아 떠내면 맑은 술이 된다. 이때 찹쌀이 원료이면 찹쌀막걸리, 거르지 않고 그대로 밥풀이 담긴 채 뜬 것은 동동주라 한다. 


고려 때부터 잘 알려진 막걸리인 이화주(梨花酒)는 막걸리용 누룩을 배꽃이 필 무렵에 만든다고 하여 그렇게 불렀는데, 후에는 아무 때나 막걸리를 만들어서 그 이름도 사라졌다. 추모주(秋牟酒)도 막걸리의 일종이다. 


좋은 막걸리는 단맛, 신맛, 쓴맛, 떫은맛이 잘 어울리고 감칠맛과 맑고 시원한 맛이 있으며, 땀을 흘리면서 일하는 농부들의 갈증을 덜어주는 농주로 애용돼왔다.


막걸리는 알코올 성분만 제외하면 영양제를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물이 80%, 알코올 6-7%, 단백질 2%, 탄수화물 0.8%, 지방 0.1% 이다. 나머지 10%는 식이섬유, 비타민 B, C와 유산균 효모 등이다. 막걸리 페트병 한 병에는 700-800억 개의 유산균이 들어있다. 일반 요구르트 약120병 정도와 맞먹는다. 유산균은 장에서 염증이나 암을 일으키는 유해세균을 파괴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또한 비타민B2, 콜린, 나아이신, 등이 들어있으며, 비타민B군은 특히 중년남성에게 도움이 되는 영양소로 피로완화와 피부재생, 시력증진 효과를 가지고 있다. 콜린은 간의 부담을 덜어 주어 알콜성 간경화증이나 영양실조 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막걸리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다이어트도 시켜준다. 식이섬유는 대장운동을 활발히 해서 변비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막걸리에는 상당량의 단백질과 당질 등이 함유되어 있다. 단백질과 당질은 술을 마심으로서 일어나는 에너지원이 되는 혈당의 감소 현상을 막아준다. 이처럼 막걸리는 순수한 미생물에 의해서 자연 발효시킨 자연식품으로 술이면서도 건강식품이라 할 수 있다 .


조선 시대 중엽 막걸리를 좋아하는 판서 한분이 있었는데, 좋은 소주 와 약주가 있는데 하필이면 막걸리만 드시냐고 묻자, 말없이 소 쓸개주머니 3개를 구해오라 해서, 빈 쓸개주머니에 하나는 소주를 넣고 다른 하나에는 약주를 넣고 나머지 하나에는 막걸리를 담아 며칠 후 열어보니, 소주 쓸개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었고, 약주 쓸개는 상해서 얇아져 있었으며, 막걸리 쓸개는 오히려 두꺼워져 있었다고 한다. 막걸리의 효능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약주와 막걸리는 한 술항아리에서 더불어 탄생한 동질의 술로, 약주는 상류층의 술로 인식되었고, 막걸리는 선별 없이 막걸러 상대적으로 하류층이 마시는 술로 인식되어 왔다.


좋은 막걸리는 감(甘), 산(酸), 신(辛), 고(苦), 삽미(澁味)가 잘 어울리고 적당히 감칠맛과 청량감이 있어야 하는데, 발효가 이루어지면서 효모가 당질을 분해해서 알콜과 탄산가스를 생성하기 때문에 감칠맛과 상쾌한 청량미가 잘 어울리는 것이다.


최근 효모의 영양적 의의가 강조되고 있다. 알콜이 고혈압이나 심장병, 동맥경화증과 같은 순환기 질환 성인병을 유발시키는 것과는 달리, 막걸리 속에는 생 효모가 많이 들어 있어 혈청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한국식품연구원(원장 권대영) 식품분석센터 하재호 박사 연구팀은 우리나라 전통주류인 막걸리에서 항암·항종양물질인 스쿠알렌(Squalene)성분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스쿠알렌은 주로 심해상어의 간에서 발견되며 항암·항종양 생쥐를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한 결과 스쿠알렌 1000mg 을 투여한 경우 항종양효과를 나타낸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항산화효과를 가지고 있는 기능성 물질로 전 세계에서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연구팀은 막걸리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효모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막걸리의 가라앉은 부분에 스쿠알렌과 파네졸이 주로 함유되어 있으므로 막걸리를 마실 때 잘 흔들어 마시는 것이 좋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영양학적, 의학적으로 띄어난 막걸리도 술에 해당 되므로 과한 섭취는 피해야 한다. 어느 음식이던지 과하면 탈이 나듯, 막걸리도 과하게 마시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뇌를 마비시켜 제2의 불상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술 막걸리를 마시면 기분도 좋아지고 건강도 지킬 수 있으니, 건전한 대한민국의음주 문화 정착을 위해 적당량을 섭취하는 습관을 우리사회에 뿌리 내리자.
문화투데이 기자 etvoc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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