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결칼럼 – 트로트 가수들의 삶(14)

2014.06.30 08:43:38

대한민국의 가요가 상업화된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26년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이 ‘다뉴브강의 잔물결’ 이란 외국 곡에 가사를 붙여 만든 ‘사의찬미’에서 부터이다. 


윤심덕과 그의 연인 김우진이 현해탄 바다에서 자살한 사건 이 알려지면서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판매한 이 음반은 대단한 히트를 기록하며 한국 음반시장의 잠재력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난영의 ‘선창에 울러왔다’, 이애리수의 ‘황성옛터’, 진방남의 ‘불효자는웁니다’, 채규엽의 ‘희망가’ 등의 가요가 한국 가요계를 자리 잡기 시작 했다.
 

그 후 해방이 되면서 우리의 애환을 달래는 많은 대중가요가 쏟아져 나왔다. 초창기의 남인수, 금사향, 김정구 등이 가요사의 한 획 긋는데 일익을 담당하였으며, 제2세대로 패티김 이미자 현미 한명숙 최희준 같은 독특한 개성의 가수가 등장하며 또 다른 가요의 매력에 빠졌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그 당시 백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고 하니 그 당시 인구를 감안했을 때 엄청난 사건 였다. 


그리고 최희준의 등장은 대한민국가요사의 혁명이었다. 볼품없이 작은 키에 똥똥한 외모였지만 그 시대 서울대 법대출신으로 학사가수의 첫 등장에 대한민국의 가요계는 쉰 듯 한 목소리로 부르는 최희준의 노래에 모두 빠져들었다. 


그리고 여자가수로 고려대 법대출신의 김상희의 출현도 우리가요계의 큰 이벤트였다. 이어서 등장한 가수가 그 유명한 배호였다. 그는 야간업소의 밴드에서 드럼을 치며 노래를 했었는데 그가 발표한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낀 장충단공원’ 등은 지금도 그의 목소릴 흉내 내는 텔레비전 프로를 만들 정도로 대단했다.


그러다 잘생긴 외모의 가수 남진의 등장으로 우리의 가요계는 또 한 번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잘생긴 외모를 바탕으로 영화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무대 위에서 춤을 겸비한 무대 매너는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어서 등장한 나훈아의 목소리는 우리대중가요의 한 장르처럼 뚜렸한 개성이 돋보이는 모태 역할 을 하며 가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이때부터 모창가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훈아의 창법은 트로트가요의 하나의 정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여성스러운 보이스칼라의 김상진, 배성 등 특이한 개성의 목소리 소유자들이 등장하며 우리대중가요의 최고 황금기를 누렸다. 


1970년대를 전후한 그 시대에 국가중흥의 발전과 발을 맞춰가며 대중가요는 함께 성장을 하고 있었다. 6.25로 폐허를 딛고 일어나기위해 정치혼란을 겪고 있던 터라 정치적 압박을 받으며 금지곡도 많이 생겨났다. 


나라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가사의 내용이나 일본작품의 표절 그리고 왜색이라 불리는 일본작품의 유사성에 대하여 한국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곡들이 늘어났다. 이런 가요는 방송에서의 공표가 금지되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이 틈바구니에서 일명 청바지 세대라 불리는 포크가요도 대학가를 주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한대수 김민기 같은 통키타 가수가 언더그라운드의 핵으로 등장하며 대학생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그 가요의 가사내용이 청순하고 사실적 이었으나 북한과 총칼을 맞대고 있는 나라의 반공정책과 안 맞는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분류되며 혹독한 옥사의 고통을 겪기도 했다. 이때 등장한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은 지금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며 그때의 전성기를 능가할 정도로 활동이 대단하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서태지의 ‘난 알아요’의 등장으로 우리의 가요계는 새로운 판도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노랫말에 영어가 삽입되고 ‘랩’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한국가요계의 혁신을 이뤘다. 


미국이나 유럽 쪽의 카피 비슷한 멜로듸 였기에 정통우리의 선율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청소년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새롭고 기발한 그룹들의 등장으로 우리가요계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들은 K팝이라는 큰 틀을 만들며 세계시장을 향하여 지금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와중에 쇠퇴하던 우리전통가요계에 2000년대 들어서며 ‘장윤정’이라는 젊은 트로트가수의 등장으로 전통가요의 부활을 알렸다. 그 당시 발표한 ‘어머나’ 는 우리대중가요계의 혁명이었다. 국적불문의 가요가 판을 치고 있을 때 우리 대중가요계를 재패하는 쾌거를 이루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때부터 전통가요를 ‘트로트가요’로 부르며 지금껏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몇 몇 작품자와 몇 몇 가수의 독무대로 이어지며 한계를 느끼고 있다.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은 기대 이하의 저질작품과 비슷비슷한 멜로디의 작품이 방송을 장악하고 있어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더 망가뜨리는 역할 을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트로트를 고집하는 세대와 트로트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의 애환을 담고 있는 트로트가요에 심취하는 젊은 가수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렇게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방송국 등에서 트로트 프로그램 제작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스폰서가 붙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뭔가 획기적인 기획으로 트로트 가요 층 들을 안방 TV앞으로 끌어 들인 다면 광고주들이 관심을 안 가질 이유가 없을 것 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트로트가수들의 생활은 극빈자 생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처럼 야간 업소의 일자리도 한정적이고 전국의 축제현장도 몇몇 유명가수들이 독차지 할 뿐이며 각종 이벤트 현장도 극소수에 달해 트로트를 부르며 가수의 길을 걷고 있는 트로트가수들은 삶이 엉망진창인 것이다. 


그래서 남자가수들 같은 경우는 다른 업종의 가게를 열어놓고 그 사업을 부인에게 운영하게 해서 생활을 해나가며 가수의 길을 걷고 있다. 여자가수들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남편들이나 가족들이 다른 쪽의 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생활을 유지해가며 그들의 노래를 알리는데 최선을 다할 뿐이다.


홍보 쪽도 ‘아이넷 TV’ ‘실버 TV’ ‘이벤트 TV’등 케이블 쪽에만 의존하고 있어 자신들의 홍보 곡을 알리는데 무진장 애를 먹고 있다. 출연료를 받기는커녕 홍보를 위해 촌지를 줘가며 출연을 하고 있으니 이들의 상황을 짐작하게 만든다.


그나마 공영방송인 KBS는 ‘전국노래자랑’ 같은 프로와 ‘가요무대’ 등이 트로트가요를 지키고 있지만, MBC나 SBS에는 트로트프로가 전혀 없다. 아무리 상업방송이지만 국민들을 위해 한 두 프로그램 정도는 적자가 나더라도 국민들을 위해 사회 환원적 차원에서 트로트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가요는 우리민족의 뿌리이다. 뿌리를 무시하다가는 전체가 무너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계통 뿐 아니라 그늘진 곳이 어디 한두 곳이냐 마는 우리의 건국과 더불어 함께 발전한 트로트가요계의 가수나 작품자, 제작자들이 조금이나마 생활의 고난을 덜 수 있게 정부는 노력 해줘야 한다. 


슬프고 괴로울 때 어떤 노래를 부르는가? 기쁘고 환희에 찰 때 어떤 노래로 힘을 내는가? 그 모든 것이 트로트 가요이다. 노래방에서 모임을 갖고 부를 때도 결국은 트로트가요로 춤을 추고 소리친다. 그런 노래를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는 트로트가수들이 그들의 가족을 지킬 수 있고 최저의 생활을 할 수 있게 우리사회와 정부는 힘을 써줘야 한다. 

 
야간업소에서 노래를 부르고 받는 금액이 몇 십년 전의 출연료와 똑같다. 그나마 유흥업소의 불황으로 일자리도 별로 없어 그곳에 출연하는 가수도 몇몇에 불과할 뿐이다. 


정부는 흥에 겨운 민족,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우리가요의 뿌리 트로트가요를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또한 소외 되 가고 있는 트로트가요계 가수들의 안정된 삶을 위해 정부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화투데이 기자 etvoc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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