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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고열량 저영양식품제' 유명무실

롯데.크라운.오리온 등 제과사 '1회 제공량' 꼼수로 규제 빠져나가

식약처가 청소년들의 비만과 영양 불균형을 예방을 위해 도입한 '고열량 저영양 식품(이하 고저식품)' 지정제도가 업체들의 ‘1회 제공량 쪼개기’ 꼼수로 도입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과업체들이 1회 제공량을 임의로 정해서 표시하는 방식으로 '고열량 저영양' 식품 규제를 빠져나가고 있는 것.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정승)는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 및 영양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열량이 높고 영양가가 낮은 제품을 ‘고열량 저영양 식품’으로 분류해 TV 광고 및 학교매점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고열량 저영양 식품은 간식과 식사대용으로 나뉜다. 식사대용은 라면이나 햄버거 피자 등이며 간식은 과자와 아이스크림, 빵 등이다.


21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소장 최현숙)가 식약처에서 발표한 ‘비(非)고열량저영양식품’ 목록에 포함된 농심, 롯데제과, 오리온,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등 5개 제과업체의 제품 25개(각 사별 5개씩)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14개(56%)제품은 1봉지 기준으로 열량과 포화지방이 ‘고저식품’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봉지를 다 섭취하면 ‘고저식품’이 되지만 1회 제공량을 쪼개서 표시했기 때문에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학교매점 등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저식품’은 1회 제공량당 ▲열량 250kcal 초과(또는 포화지방 4g 초과)하고 단백질 2g 미만 ▲열량 500kcal을 초과인 경우 ▲포화지방 8g를 초과한 경우에 지정된다.


초중고교 매점과 학교 앞 편의점, 슈퍼 등 학생들이 쉽게 구매하는 제품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결과, 해당 제품의 총 중량은 평균 86.6g이었지만 포장지에 표시된 1회 제공량은 평균 41.6g으로 2분의1에 불과했다.


제과사들이 1회 제공량을 1봉지가 아니라 쪼개서 표시한 것은 고저식품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25개 제품의 총중량 기준 포화지방 함량은 10.5g으로 고저식품 기준치 8g을 훌쩍 넘기지만 1회제공량을 기준으로 하면 평균 4.7g에 불과하다. 열량 역시 1봉지를 기준하면 25개 제품 중 6개가 500kcal를 넘겼지만 1회 제공량을 쪼개서 표시해 고저식품 기준치를 비껴갔다.



농심 ‘조청유과’와 ‘쫄병 매콤한 맛’은 1회 제공량 기준 포화지방이 각각 3.3g, 4.8g으로 기준치 범위지만 1봉지를 기준으로 한 포화지방은 각각 10.6g, 9.6g으로 기준치를 초과했다.



롯데제과 ‘치토스 매콤한 맛’은 1회 제공량 30g만 섭취하면 포화지방이 7g으로 기준치를 가까스로 비껴가지만 88g 1봉지를 다 먹으면 포화지방이 무려 20.5g에 달한다. 롯데샌드 오리지널, 쌀로별 오리지널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치토스’ 등 튀김 과자는 소포장으로 나눠져 있지도 않고 일단 개봉하면 눅눅해지는 문제로 다 먹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1회 제공량 표기가 자의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역시 튀김과자인 오리온 ‘도도한 나쵸 오리지널’은 1회 제공량 74g을 기준으로 보면 포화지방 함량이 5g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 봉지인 155g 기준 시 포화지방량이 10.5g으로 고저식품에 해당한다. 다이제, 고소미 역시 상황은 같다.


크라운제과 ‘콘치’는 총 제공량(66g)일 때 포화지방이 13.2g으로 고저식품에 해당하지만 1회 제공량인 30g으로 하면 6g에 불과하다. 쿠크다스 화이트나 국희땅콩샌드 역시 포장단위대로 모두 먹을 경우 고저 식품에 해당된다.


해태제과 ‘버터링소프트’도 1회 제공량(29g) 기준해 포화지방이 5g이지만 총 중량인 80g을 기준으로 하면 14.8g으로 고저식품으로 분류돼야 한다. 버터링 소프트의 1회 제공량은 과자 4개 분량에 불과하다.


컨슈머리서치는 25개 제품 모두 제조사 측이 직접 명시한 1회 제공량 기준으로 할 경우 포화지방 8g을 초과하는 제품은 단 한 개도 없는 반면 전체 제공량으로 따지면 절반이 넘는 제품이 고저식품 범주에 든다고 설명했다.


총제공량 기준 열량이 500kcal가 넘는 고열량 제품도 다이제, 도도한나쵸 오리지널, 에이스, 조청유과, 롯데샌드 오리지널, 샤브레 등 6개에 달했다. 문제는 1회 제공량을 제과사들이 임의로 정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에이스와 다이제 등은 1회 제공량이 총 중량의 1/4 수준인데 반해 같은 비스킷류라도 아이비와 고소미 등은 1/2 수준이다. 스낵류 역시 마찬가지다. 포카칩과 카라멜콘과 땅콩은 1봉지 전체가 1회 제공량인데 반해 수미칩과 꼬깔콘은 반봉지 가량이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소장은 "제과업체들이 1회제공량을 실제 섭취량보다 턱없이 적게 정해 제재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며 "청소년과 어린이의 영양균형을 위해 도입한 제도인 만큼 원료나 제조방식을 바꾸도록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지난 2010년 5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시행 후 어린이기호식품 중 고저식품의 비율이 2009년 7월 32%에서 22%로 낮아졌다고 밝히며 그 원인이 ‘열량 계산의 기준이 되는 1회 제공량을 조정하고 소포장 또는 내부포장을 도입한 결과’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는 식약처가 제과업체들의 꼼수를 묵인하고 고저식품 지정제도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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