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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스님 칼럼> 신년운세와 미래예측

사람은 누구나 미래의 운명을 알고 싶어 한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변했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새해가 되면 신년 운세를 보는 풍속이 있었다. 토정비결을 본다던지 해서 궁금한 한 해의 운수를 미리 점쳐서 한 해를 무사히 잘 넘겨야 한다는 어떤 믿음 같은 것이 있었다.

 

하기야 지금은 과학의 시대이며 서양 종교의 영향으로 이 같은 풍속을 미신으로 치부해 버려서 토정비결 같은 것을 보는 사람들의 수가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의 미래 예측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재미로 보는 운세라고 해서 점성술이 매우 인기 있는 것으로 안다. 40여 년 전 영국에서 생활 때, 나는 불교명상을 주로 전파하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점성술을 재미로 보고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대에 점성술사가 TV에 출연하여 잠깐이지만, 열두 별 자리를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그 날의 운세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이후 프랑스에서도 파리 퐁피두센터 광장에서도 수십 명의 점성술사들이 앉아서 점을 봐주고 있었다.

 

나는 서양 점성술에 의하면 ‘제미니(Gemini)’ 자리인 ‘쌍아궁(雙兒宮)’에 속했는데, 생일이 5월 21일~ 6월 20일에 태어난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쌍둥이 별자리에 속한다. 부처님의 정법을 펴는 수행자였지만, 외국 생활이 고달프고 미래가 궁금해서 나도 모르게 점성술사의 ‘오늘의 운세’ 설명에 귀를 기울이게 된 적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는 미래의 일이 궁금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사실 역술이나 점성술을 믿지는 않지만, 재미로 본다는 생각으로 참고하면서 좋은 운세는 더욱 발전시키고 좋지 않은 운세는 신중하게 경계하여 조심하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일본에서도 ‘재미로 보는 운세’라고 해서 매우 인기가 있다.

 

서양이나 일본에서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일간 신문의 주말 판에 보면 한 주의 운세풀이가 실려 있을 정도이다. 대통령 후보 부인이 이런 역술에 좀 관심 있다 하여서 지나치게 정치공세를 펴면서 몰아 부치는 것은 민심의 가려운 데를 긁어 주지 못하고 오히려 일부 국민들의 반감을 사지 않을까 걱정된다.

 

맞고 안 맞고, 믿고 안 믿고는 그만두고라도 이런 운세를 재미로 본다는 아량과 멋도 없이 세상을 삭막하게 살아가라는 것은 너무 하지 않는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일정한 길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운명결정론과 개척론이 대립하겠지만 사실 미래의 일이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 하고 이런 미래의 일을 말해주는 역술이나 점성술에 솔깃해서 재미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역술이나 점성술을 국가를 경영하는 정책에 반영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 가운데는 이런 데에 재미로 관심을 두는 것도 있을 수 있는 국민의 권리이며 자유의사라고 본다.

 

한국·일본·중국은 주로 역학(易學)에 의한 육효점이나 음양오행을 위주로 하는 명리학(命理學)에 근거하여 미래를 예측한다. 육효점은 《주역》의 팔괘의 원리를 이용하여 인간의 길흉을 판단하는 점법이다. 명리학은 사주명리(四柱命理) 또는 사주팔자(四柱八字)라고 해서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의 네 간지(干支)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학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경국대전에 나타나 있는 과거시험 분류를 보면 중인계급들이 응시하는 잡과(雜科)가 있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전문 기술직이다.

 

그 잡과 가운데 음양과가 있었다. 천(天)·지(地)·인(人), 삼재(三才) 전문가를 선발하는 과거(科擧)가 음양과이다.

 

세분하면 천문학, 지리학, 명과학(命課學)으로 나누어지고, 초시와 복시 2차에 걸쳐 시험을 보았다.

 

3년마다 초시에서 천문학 10명, 지리학과 명과학은 각각 4명을 뽑고, 최종 단계인 복시에서 천문학은 5명, 지리 명과학은 2명을 뽑았다고 한다. 지리학은 풍수지리, 명과학은 사주팔자에 능통한 자였다. 이러한 전통과 역사가 현대에 까지 이어오면서 소수의 전문가들이 업으로 삼고 있으며 일부의 국민들이 고객으로 운세를 보는 것이다.

 

서양이나 인도에서는 점성술이 인기가 있다. 나도 스리랑카나 인도에 갔을 때, 신문에 점성술이 실리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 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양에서 점성술은 태양과 달 그리고 다른 행성 객체들의 위치에 기반하여 개인의 성격을 설명하고 그들의 인생에서 미래의 사건을 예언한다고 주장되는 천궁도의 체계로 거의 대부분이 구성된다.

 

천궁도(天宮圖)는 한 사람의 출생 순간과 같은 특정 시간의 태양과 달, 행성 그리고 기준선을 표현하는 점성술의 도표 또는 도해이다.

 

역사적으로 인도인들과 중국인들 그리고 마야인들은 천체 관찰로부터 천문학상의 사건에 중요성을 두고 지상의 사건을 예언하기 위한 정교한 체계들을 발전시켰다.

 

인도유럽어 민족에서, 점성술은 서력기원전 3천년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계절의 변화를 예측하고 신과 소통하는 신호들로써 천체의 주기를 해석하기 위하여 사용한 역법 체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부분의 역사를 통하여, 점성술은 학문적 전통으로 여겨졌다. 그것은 정치적인 그리고 학구적인 환경에 수용되었으며, 천문학, 연금술, 기상학, 의학과 같은 다른 학문들과도 연관되었다.

 

서양 점성술은 개인의 출생과 같은 정확한 순간의 천궁도 구성을 기반으로 하는 점의 방식이다. 서양의 대중매체에서 점성술의 현대식 표현은 보통 개인의 출생일에 있는 총 차트의 12개 중의 하나만을 대표하는 태양의 황도대 별자리만을 고려하는 태양궁 점성술로 축소되고 있고, 황도대의 이름은 각자의 부분들 안에 있는 라틴어로 된 원래의 별자리의 이름과 상응하고 있는 것이다.

 

힌두 점성술은 서양 점성술에서 비롯되었다. 최초의 힌두 천문학 문헌에서, 한 해는 바빌로니아의 점성술의 것과 흡사하게 360일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초기 점성술 체계는 다른 모든 부분들과 약간의 유사성이 있을 뿐이다. 나중에 인도식 기법들은 바빌로니아 점성술의 일부가 더해져 증가되었다. 힌두 점성술은 개인의 운명 또는 숙명을 예언하는데 기원이 있다.

 

스리랑카 점성술은 주로 힌두 점성술이 기반이 되는데, 불교의 가르침과 일치하도록 일부 수정되었다. 티베트 점성술 또한 많은 요소를 공유하지만, 중국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오고도 있으며, 중국 황도대의 것과 유사한 동물 별자리의 원을 인정한다.

 

중국의 점성술은 중국 철학(천지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음양, 오행, 십천간, 십이지, 시진(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던 시간기록 방식, 時辰)의 개념들을 사용한다. 중국 점성술의 초기 사용은 정치적인 점성술, 진기한 현상의 관찰, 징조의 확인, 행사와 결정을 위한 길일의 선택으로 제한되었다.

 

한국의 황도대는 중국의 것과 동일하다. 베트남의 황도대는 대체로 중국의 황도대와 동일하지만, 두 번째 동물이 황소 대신에 물소이며, 네 번째 동물이 토끼 대신에 고양이인 것이 예외이다. 일본의 황도대는 돼지 대신에 멧돼지를 포함한다.

 

이렇듯 명리사주나 점성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아주 오래된 일종의 문화이다. 이런 분야에 좀 관심이 있다고 한마디 한 것에 대해서 너무 지나치게 왈가왈부하는 것은 어딘지 너무 하다는 느낌이다. 역학이나 점성술은 무속과는 다르며 법사도 다르다. 물론 이런 모든 것을 다 종합적으로 연마하여 함께 다루는 분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분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새해 임인년은 음력으로 1월1일 올해는 양력으로 2월 1일이 된다. 그런데 24절기에 따르면 입춘부터 음력 정월이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 올해는 양력 2월 4일(음력 1월 4일)이 입춘이다. 모르긴 해도 많은 사람들이 어떤 분야와 방법으로라도 신년운세를 보는 분들이 많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명불여심(命不如心)’이란 말이 있듯이 운명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긍정적 마음을 갖고 운명을 개척해 가는 적극적인 삶이 필요하다. 그런데 또 혹자는 ‘만사분이정(萬事分已定)인데 부생공자망(浮生空自忙)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일의 분수는 이미 정해져 있거늘 생각 없는 사람들이 공연히 저 혼자 허둥지둥 바빠한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긍정적 개척자이거나 아니면 운명예정론자이거나 다 열심히 사는 것이 인생살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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