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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칼럼] 과연 종교는 아편인가?

칼 마르크스가 ‘종교는 아편이다’라고 한 말은 종교가 지향하는 신앙의 환상이 당시 사회주의를 건설하는데 있어 방해가 된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사태 초기에 불을 지른 신천지의 예배나 사회적 거리운동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회가 일요일에 예배 보는 것을 두고 인간생명의 소중함을 무시하는 종교가 우리사회의 아편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이 믿는 종교가 혹시 이런 유형이 아닌지 살펴보고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고 이성을 잃은 신흥종교가 우리사회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고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지 그 실상을 보아왔다. 신천지 교인의 70%에 가까운 숫자가 2,3십대라고 하니 더욱 놀랍기 짝이 없다. 무슨 마력을 가졌기에 그토록 많은 젊은이들이 학업과 직장을 포기하고 거기에 뛰어들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세상에는 아편만 중독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종교도 아편처럼 중독현상이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일요일에 예배모임을 강행하는 기성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자기목숨을 담보로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종교의 환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는 매 한가지이다. 이런 현상은 인간생활에서 종교가 가진 순기능을 애써 외면하고 종교가 가진 신비로운 환상에만 몰입된 강박관념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이 종교적 황홀경에 대한 집착은 아마 어려운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심리적 상태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종교나 사상, 철학은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수단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코로나감염은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도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말씀과는 달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도외시하고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나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은 상식을 벗어나 그릇된 신앙에서 기인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신앙이란 인생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한 방편이지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가르쳐야 하고 인간본연의 생활과 자신에게 충실하도록 권면해야 한다. 인간생활의 범주를 구태여 구분한다면 개인으로서의 생활과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생활 그리고 공동체 중에서도 신앙생활이나 사회생활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생활의 각 영역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수용할 때야 비로소 인간은 개인이나 공동체생활을 올바르게 영위할 수 있다. 


인간은 왜 신앙을 가지는 것일까? 


인간의 존재는 한시적이고 미래가 불확실하며 자연이나 재해 앞에서는 아주 보잘 것 없는 존재임을 깨달을 때 죽음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신앙을 가졌을 것이다. 신은 인간의 소망을 채워줄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철학자 키엘케고르는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틈을 신앙만이 다리를 놓을 수 있다.’고 말하고, 칸트는 ‘과학의 영역에서 신앙의 문제를 분리함으로써 진정한 종교의 영역이 확보된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인간은 신앙을 통해서 내세의 영원을 꿈꾸며 신과의 관계 속에서 현실과 미래에 부닥치는 시련과 고통이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며 인간 스스로 존재의미를 찾고 독립적인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이 세상의 삶에서 오직 신앙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진정한 삶이라고 볼 수 없다. 


개인의 생활은 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일까? 


인간은 태어나서 자기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직업을 선택하고 세상에 태어나서 보람된 삶을 위해 꿈과 목표를 세우고 지식과 경험을 쌓는다. 어떤 사람은 삶의 최고 경지에 오르기 위해 정신적으로 또는 육체적으로 견디기 힘든 고행을 하거나 인간한계를 극복하기도 한다. 개인생활은 공동체생활이나 신앙생활과는 상호 연계되어 살아가지만 인생의 소중한 한 영역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개인의 생활영역이 보호될 때 사회 각 분야는 발전되고 개인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안정된 가운데 보람을 찾으며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각 생활 영역 간에는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게 되면 사회가 안정되고 조화롭게 발전하지만 신앙영역만을 지나치게 내세울 때는 결국 개인과 공동체생활은 설 자리를 잃게 되어 개인은 자아발전과 사회공헌의 기회를 잃고 공동체는 그간 지켜온 관습이나 전통이 혼란에 빠지고 만다. 신앙생활은 개인의 생활이나 공동체생활과 균형을 이루어 상호 공존할 때 인간의 삶은 가치와 의미를 더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을 신앙으로만 고집할 때 개인과 공동체가 입게 될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개인은 종교나 사상에 맹목적이지 않고 신앙생활이 사회에 해악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칼 마르크스가 사회주의 실현에 ‘종교는 아편이다.’라는 말이 공산주의를 증오하는 우리에겐 다행으로 들렸으나 오늘날 코로나19사태에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맹목적인 종교가 우리 곁에 있다면 우리도 ‘종교는 아편이다.’라고 비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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