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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별세]애틀랜타부터 평창까지..스포츠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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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니어 = 조성윤 기자] 2011년 7월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자크 로게 위원장은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을 외쳤다.

 

그 순간 우리나라 유치단 관계자는 감격에 휩싸였다. 2003년과 2007년 연이어 유치에 실패한 이후 삼수 끝에 거둔 결실이었다.

 

발표 현장에 있던 이건희 IOC 위원 역시 기쁨의 눈물을 보였고, 유치의 공을 국민과 정부, 체육계에 돌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앞서 2009년 세금 포탈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부과받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재계와 체육계의 건의로 사면을 받았다.

 

다시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관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돌입했다. 그해 싱가포르 유스올림픽과 멕시코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연이어 참석했다.

 

2011년 2월 평창에서는 IOC 실사단을 접견했고, 5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후보도시 테크니컬 브리핑을 앞둔 전날까지 IOC 위원들을 대상으로 유치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더반 IOC 총회까지 이 회장은 총 11차례에 거쳐 약 170일간 출장을 다니면서 두 번의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애썼다. 특히 이 기간 110명의 IOC 위원을 만나 평창을 지지할 것을 호소했다고 알려졌다. 세계적 기업의 회장으로서 이건희 위원의 역할은 득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앞서 이건희 회장은 1996년 애틀랜타 하계올림픽 직전에 열린 IOC 총회에서 한국의 2번째 개인자격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당시 사마란치 IOC 위원장은 남북 관계를 고려해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을 동시에 추천해 선출에 이르도록 했다.

 

이 회장의 선출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따른 우리나라의 위상도 있었지만, 삼성그룹이 세계적 스포츠 행사의 타이틀스폰서 역할을 해온 것과 함께 이 회장이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에서 스포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 국제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수원삼성 블루윙즈 축구단, 삼성라이온즈 야구단, 삼성썬더스 농구단, 삼성생명 블루밍스 여자농구단 삼성화재 블루팡스 배구단 등 프로팀은 물론 삼성생명 탁구단과 레슬링단, 삼성중공업 럭비단, 에스원 태권도단, 삼성증권 테니스단, 삼성전기 배드민턴단 등을 운영하면서 아마추어 스포츠도 후원해왔다.

 

국외에서는 1997년부터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승마 강국이 참가하는 네이션스컵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또 2005년부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첼시를 후원하고 있으며, 첼시가 프리미어리그뿐만 아니라 런던 소재 클럽으로는 처음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하면서 톡톡한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 2011년부터는 가나, 코트디부아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호주 등에서 삼성-첼시 유소년 축구캠프를 진행했었다.

 

특히 1996년 IOC 위원으로서 애틀란타 올림픽을 참관했던 이 회장은 대회 이후 경영진과 함께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안을 고민했고, 논의 끝에 올림픽 후원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삼성그룹은 IOC를 대상으로 끈질긴 작업에 돌입했고, 결국 1997년 기존 무선통신 부문 파트너였던 모토로라를 제치고 후원사로 선정됐다. 이후 삼성전자는 1998년 나가도 동계올림픽부터 월드와이드 파트너(TOP·The Olympic Partner)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2010년 IOC 위원으로 복귀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공을 세웠지만, IOC로부터 '견책'이란 징계와 함께 5년 동안 산하위원회에 참가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비록 국내에서 사면을 받았다 하더라도 법원으로부터 받은 유죄 판결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IOC 위원으로서 활발한 행보를 보였던 이 회장이 2014년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관하지 않은 것도 건강상의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삼성그룹은 '현지의 추운 날씨' 때문에 이 회장이 참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며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우려는 현실이 되면서 끝내 이 회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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