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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스님 칼럼> 뉴시니어를 위한 건강과 장수 비결은 무엇인가-⑦

더위를 이기는 법, 합죽선과 돗자리

엊그제는 정말 더웠다. 여름이 빨리 온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기상이변이라서 그런지 날씨가 예년 같지가 않다. 더우면 덥다고 난리고 추우면 춥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다. 한평생 살아가는 일이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대단한 것 같기도 하다. 


뉴시니어들에게는 한 때 열과 성을 다해서 살아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인생의 고달픔도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가 않고 그렇다고 달콤하다고 해서 뭐 별로 반갑지도 않은 것이 뉴시니어들의 인생관이요 생활관이다. 
 

그렇지만 뉴시니어들에게도 여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더위가 귀찮고 짜증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피서법을 개발해서 한 여름 무더위를 잘 넘기는 지혜를 발휘했는데, 각자의 인격과 형편과 수준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계곡 같은 데 가서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근처의 약수터에서 떠 온 물로 차도 끓여 마시고 독서를 하면서 돗자리위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몸놀림을 하기도 하고 심심하면 합죽선을 접었다 폈다하면서 바람도 없는 공중에 파문을 일으키는 수고를 해보기도 하는 낭만적인 신선놀음이 최고일 것이다. 
 

이 정도면 신선(神仙) 정도가 돼야 누릴 수 있는 행복에 겨운 피서요 휴가일 것이다. 하기야 뉴시니어들 가운데 이런 호사를 누리는 분들이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상상이라도 하니 더위가 조금 물러가는 듯하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란 책을 보면 한국의 열두 달 행사와 그 풍속을 설명한 것으로 모두 22항목으로 되어 한국 민속의 유래를 고증을 통해 자세하게 밝혀 놓고 있다. 조선의 홍석모가 썼고 1849년(헌종 15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고려시대 사람들은 여름에 홑이불이 몸에 밀착되면 더워 불편하므로 대나무를 깎아 엉성하게 엮어 공기가 통하게 만든 죽부인을 만들어 여름에 옆에 놓고 자는 지혜가 있었다. 신라 때의 석빙고(石氷庫)가 문화유적으로 지금도 남아 있고 서울에도 빙고 자리가 남아 있는 것은 여름에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겨울에 얼음을 저장해두었다가 여름에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여름에 더위를 이기는 약으로 먹는 것에는 단오 날 쑥을 뜯어두었다가 먹었고, 또 익모초(益母草) 즙을 내어 먹었으니 식욕을 돋우고 원기가 왕성해져 여름에 더위를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였다. 창포(蒼蒲)물로 머리를 감고 창포비녀를 하는 풍속도 더위를 막으려는 주술행위의 하나이다.
 

궁 안에 있는 내의원에서 제호탕(醍醐湯)이나 옥추단(玉樞丹)을 만들어 진상한 것도 여름 더위에 대비하는 약이기 때문이다. 여름철은 음식이 쉬고 상하기 쉬워 조리에도 많은 조심을 하지만 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음식으로는 냉면·냉국·냉콩국 등이 있다. 더위에 뜨거운 음식은 땀을 나게 하므로 찬 음식으로 피서하는 것이다.
 

기온이 상승하여 무더위에 시달리면 사람은 식욕이 떨어져서 영양실조를 일으키고 잔병이 생기며 기력이 쇠약하게 되어 질병에 걸리기 쉽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위를 피하여 덥지 않게 지내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오랜 생활경험을 통하여 피서하는 방법을 강조하는 지혜가 생기게 되었다.
 

더위를 피하려는 노력은 주로 여름에 행해지나, 정초에 미리 더위를 먹지 않도록 기원하는 주술로 상원 날의 더위팔기〔賣暑〕 풍속이 있다. 이른 아침에 서로 이름을 불러 무심코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게.” 하고 외쳐서 더위를 팔면 그 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고 지낼 수가 있다는 생각에서 이러한 세시풍속도 형성되었다. 옛 사람들의 생활에 있어 피서란 간절한 문제였기 때문에 정초의 더위팔기부터 시작하여 여름철에 지혜롭게 더위를 피하려는 여러 가지 방법이 고안되었다.
 

물론 옛날이야기지만 합죽선이나 돗자리는 지금의 생활문화에서도 필요한 도구다. 선풍기 에어컨디션 냉장고가 편리하기는 하나, 그래도 돗자리 위에 앉아서 차 마시면서 합죽선 들고 접었다 폈다 하면서 독서도 하고 또 동영상도 보면서 더위를 잊는다면 신선놀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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