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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스님 칼럼> 내설악에서 온 눈 소식

봉정암 석가사리탑은 항상 그대로 서 있다

올해는 유난히 춥기도 하고 눈이 많이 온다. 백담사 기본선원 수좌 원산 스님이 눈 소식을 전해왔다.

 

겨울 안거 중이라서 시간 여유가 없지만, 눈발이 휘날리는 추위를 감수하고 도반 몇 명과 봉정암 석가사리탑을 참배하고 왔다고 한다.

 

내설악 봉정암 석가사리탑이 눈산에 둘러싸여 있다. 봉정암 석가사리탑은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셔와 이곳에 탑을 세우고 사리를 봉안하였다고 전해지고, 통일신라 문무왕 13년(673) 원효대사를 비롯한 여러 승려들이 암자를 새로 보수한 후 이 탑을 보존하였다고 한다.

 

 

수없는 수행자들이 봉정암을 거쳐 갔다.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암자가 봉정암이다.

 

겨울에는 출입마저 할 수 없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눈 때문에 왕래가 어렵다. 봉정암은 수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수도처였다. 하지만 지금은 신도님들의 기도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히말라야가 멀지 않다. 설악산은 한국의 히말라야라고나 해야 할 것 같다. 수행자들은 내설악 봉정암을 오르면서 히말라야를 등정한다고 상상하면서 구도의 열정을 불태웠다.

 

봉정암은 백담사에서도 5시간 정도가 걸리는 곳에 위치한다. 봉정암에 이르는 과정 그 자체가 구도 행각이다. 신심과 열정이 없으면 엄두가 나지 않는 산행이다.

 

 

대한불교조계종 기본선원 내설악 백담사 선원 원주 소임을 맡고 있는 원산 수좌가 눈 속의 선원 풍경을 보내 왔다.

 

100여 명의 스님들이 선원에서 화두를 들고 세속과는 단절한 채, 오직 마음 수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벌써 5년째 기본선원에서 수도하고 있는 원산 수좌는 내년 쯤 부터는 하산하여 부산 지역에서 법륜을 굴릴 계획이라고 한다.

 

 

만해 한용운 스님은 1917년 12월3일 오세암에서 다음과 같은 오도송(悟道頌)을 읊었다.

 

남아가 가는 곳 그 어디나 고향이건만

나그네 시름에 겨운 사람 그 몇 이던가

한 소리 질러 온 우주를 깨우쳐 밝히니

날리는 눈송이마다 복사꽃 붉어라

 

男兒到處是故鄕 (남아도처시고향)

幾人長在客愁中 (기인장재객수중)

一聲喝破三千界 (일성갈파삼천계)

雪裡桃花片片紅 (설리도화편편홍)

 

몇 년 전 열반하신 설악 무산 선사는 백담사 무금선원에서 다음과 같은 오도시(悟道詩)를 읊었다.

 

 

내가 나를 바라보니 - 조오현

 

무금선원에 앉아

내가 나를 바라보니

 

가는 벌레 한 마리가

몸을 폈다 오그렸다가

 

온갖 것 다 갉아먹으며

배설하고

알을 슬기도 한다

 

오도송이나 오도시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희비를 초월하고 생사를 넘나든 다음에야 이런 깨달음의 시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설악산에서는 모든 세속적 갈망을 내려놓고 ‘내가 누구인가?’를 찾는 물음의 명상을 하는 선승들이 밤을 새우면서 눈을 부릅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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