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인가구.맞벌이 가구가 증가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소비자 위생, 안전 문제에 대한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HACCP인증 등과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일본, 미국, 영국 등 해외국가에 비해 체계적인 안전 검사와 생산, 가공, 저장 등 식품 제조 과정에서의 안전 검사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또한 원산지.영양표시 기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가정식 대체식품(HMR)산업의 현황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가정간편식 시장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싱글족과 맞벌이가 일반화된 2000년대 초반이다. 이후 소가족, 1인 가구, 노령인구 증가 등과 같은 사회 구조 변화와 이에 따른 식생활 변화, 경기 불황과 물가상승,단기적 수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진행에 따른 양적 성장과 메뉴의 다양화, 음식의 품질 개선,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니즈 반영한 제품 출시, 전문가 참여 등을 통해 질적 성장이 이뤄지면서 가정간편식 시장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2014년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생산액 기준으로 즉석섭취식품 1조 1609억원, 즉석조리식품 5851억원 등 총 1조 7460억원으로 추정된다. 간편식 생산액은 해당 품목분류가 신설된 2008년부터 연평균 11.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계속해 증가하는 추세로 2008년 9274억원과 비교해 88.3% 증가했다.
이같은 성장원인은 빠르고 간편함을 추구하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주 5일 근무로 인한 야외 활동 증가, 집에서의 식생활 간소화 등으로 분석된다.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은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동원F&B, 농심 등 식품 대기업이 선도해 나가고 있고 중소기업은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본아이에프, 강강술래, 놀부NBG 등 외식업체와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등 식자재업체의 제품 출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4년 소매시장 규모는 약 3576억원으로 오뚜기 36.4%와 CJ제일제당 31.1% 2개 기업이 전체 소매시장의 약 68%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뒤이어 동원F&B가 9.0%로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PB가 4.5%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간편식 시장은 연평균 9.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식품산업 전체와 비교해 10인 미만 사업체의 비중이 71.9%로 비교적 낮게 나타나 규모화가 진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음료 제조업 전체 부가가치율(32.6%)과 비교해 42.4%의 높은 부가가치율을 보이고 있으며 영업이익률 또한 10.5% 수준으로 우리나라 산업별 평균 영업이익률 8.3%보다 높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간편식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나 간편식 산업과 관련해 특화된 법령이나 정책은 없는 상황이다. 일반 가공식품과 관련한 법률과 정책이 간편식에 적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농경연은 간편식 제품에 대한 원산지 표시제 강화나 식품 표시 기준 등의 단계적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간편식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1차 조리된 제품이 많아 위생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다양한 식재료가 사용되기 때문에 하나의 식재료만 사용하는 식품에 비해 간편식의 오염 위험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농경연은 일본, 미국, 영국 등 해외 정책을 통해 대안을 제시했다.
일본의 가정간편식 산업은 음식점에서 먹는 외식과 달리 밖에서 조리된 것을 구입해 가정 내에서 먹는다는 의미로 중식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산업으로 형성됐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산업분류로 가정간편식을 구분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일본은 1981년 농림수산성이 낸 보고서에서 중식을 외식 주변 산업으로 분류하는 등 1980년대부터 정부도 중식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었으며 일본 중식 협회가 설립돼 총무성 통계자료에 소매업자 중식 부문 매출을 합산해 2004년부터 중식산업 통계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식 시장을 산업으로 구성해 동향파악 및 정교한 분석이 가능케 됐으며 업태 간 비교와 업종 간 추이 등 타 부문과 연계성 및 대체관계 파악도 진행되고 있다.
농경연은 "현재 우리나라는 가정간편식 산업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나 자료가 제공되고 있지 않으며 관련 업계의 홍보자료와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정보 획득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가정간편식 산업의 현황과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가정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면서 우려되는 위생과 안전 문제점들을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식품 관련 정책 및 규제를 실시했다.
라벨링에 대한 규제와 푸드서비스 사업장과 소매사업장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즉섭섭취 가공식품의 경우 USDA는 FSA(Farm Service Agency)에서 개발한 도구를 이용해 위험 분석을 실시한다. 판매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식품의 부적격성이나 취약성을 식별하는 것이 목적이다.
영국은 비만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가정간편식 제품 개발 과정부터 비만과 관련된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실제로 가정간편식 제품의 영양 정보를 표시할 때 칼로리, 지방, 포화 지방, 설탕, 소금 등을 일일 섭취 권장량 기준에 따라 초록색(권장량보다 낮음), 노란색(권장량 수준), 빨간색(권장량보다 높음)으로 눈에 띄게 표시하도록 규정을 제정했다.
또한 소비자가 주원료 또는 부재료의 원산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고려해 가정간편식 제품 표시기준에 원산지 기준을 강화했다.
영국 정부의 이같은 규제정책은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의 가정간편식 상품 품질개선을 이끌었다. 유통업체는 품질과 영양은 유지하면서 소금, 설탕, 지방 함량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정부는 상품을 포장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식품의 품질과 연관된 상품 패키징 개발에도 지원을 하고 있다.
농경연은 "소비자의 소비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 권리보호 차원에서 가정간편식 상품 규제의 도입은 강화돼야 한다"며 "약한 규제는 자칫 간편식 시장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