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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스님 칼럼> 추석명절에 생각해보는 효 문화

한가위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고향에 계시는 노부모들은 언제나 자식들이 오나 하고 기다려지게 된다. 금지옥엽 같은 자식들을 밖으로 내보내 놓고 걱정만 하던 부모들은 자식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고향 집을 찾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이 왁자지껄 들이닥쳐도 즐겁기만 한 것이 부모 심정이다.

 

누구나 어릴 때의 추석명절은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 추석 명절이라고 해봐야 공휴일 이상의 개념이 아니겠지만, 적어도 ‘70년대 이전 까지는 누구나 고향을 찾아가서 정답고 그리운 부모형제들을 만나서 오순도순 피붙이의 정을 나누는 것이 추석명절의 우리네 풍습이었다.

 

추석을 한가위라고도 한다. 우리 민족의 명절 가운데 설날과 더불어 최고의 명절로 여겨왔다. 추석은 우리나라가 농경사회였던 시기에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연중 최대 명절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데, 추석의 다른 이름만으로도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가배일(嘉俳日), 한가위, 팔 월 대보름 등이 있다.

 

가을 추수를 끝내기 전에 덜 익은 쌀로 만든 별미 송편과 햇과일을 진설하고 조상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는데, 옛날 같으면 일가친척이 고향에 모여 함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전통이 있었다. 추석이 오면 전 국민의 75%가 고향을 방문하여 전국의 고속도로가 정체되고 열차표가 매진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흔히 '민족대이동'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젠 이런 추석 풍경과 이동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언제 추석이 지나갔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얼른 지나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세태는 도회지에서 살아가는 산업사회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 아닐까 한다. 추석명절이 혈육들의 끈끈한 정을 나누는 만남이며 조상들에게 감사의 차례(茶禮)를 지내는 조상숭배와 효 문화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니겠는가.

 

자식의 입장에서는 부모님에게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또한 인생사가 아니랴! 부모로서야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기를 바라지만, 살다보면 옥신각신 티격태격 다투고 금이 가는 것 또한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표정이다. 큰 자식 하나만 잘되면 된다고 집중 투자했는데, 결국에는 별 볼 없는 경우도 허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밀어주지도 못한 자식이 성공을 거두어 부모를 봉양하고 효도를 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못난 자식 종산 지킨다는 말도 있는데, 부동산 급등으로 종산(宗山)이나 지키던 착한 후손들은 대박을 터트리기도 한다. 도회지에 나아가서 평생 월급 모아서 집이나 한 채 살 가 말 가 인데, 시골 고향 땅 값이 오른 덕분에 갑자기 부자가 되는 세상이 되고 보니, 이런 풍경도 벌어지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친족 개념이 점점 약해지면서 직계 가족중심의 핵가족화로 변화하면서 효(孝) 문화도 점점 퇴색해 가고 있다. 사촌도 멀어지고 직계 가족마저도 혈육의 정이 얇아져 가는 것이 우리네 인심이다. 이러다간 가까운 친척이 누군지도 모르고 험악하게 부딪치는 일마저 생길까 두렵다.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몇 대가 함께 사는 가족이 많은 것을 봤다. 하기야 그런 나라들도 산업화를 겪으면서는 어쩔 수 없이 변화하겠지만 참으로 세상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반려견과 추석 명절을 보내는 우리 사회 세태가 서양풍속을 닮아 버렸다. 우리네 특유의 풍습과 전통을 지키면서 고유성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효 문화가 생존해가는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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